성인 아이 김공준 _ 10
또 다른 곳을 향하여
고향을 떠나 온지 몇 해나 지났을까?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
내 부모, 내 형제를 그 언제나 만나려나.
하면서 기다려온 세월 15년,
그렇게 억척스럽게 뱃일을 하고 동고동락하면서 위로하고 서로 격려하며 15년 만에 세상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아들과 함께 배에서 내린다.
제법 돈도 모았다. 그러나 그들이 할 만한 일이 있을까? 이미 15년을 사회와 격리된 곳에 있었으니 또 다시 사회적응을 해야 할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미 아버지는 60살이 넘었고 아들은 뱃일꾼일 뿐, 사회에 어떻게 적응하여야 하는 지 여전히 새 출발을 하려면 그 두려움은 남아 있다.
공준은 아직도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고, 아빠만 곁에 있어야 하고, 사람을 피하고 사람이 모인 곳을 피하는 사회부적응이 고착되어 있었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완치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아직도 공준이는 혼자 결정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중대한 결정뿐만 아니라 사소한 판단도 자기 혼자서는 내리기 어려워한다. 스스로 결정하는데 서툴러 누군가 대신 결정해주기를 바라고 스스로 발견하려 들지도 않는다. 아예 멀찌감치 서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쳐다만 본다. 제 스스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누군가 해답을 주기를 바란다. 그 망설임은 여전하다. 아직도 스스로 결정을 하는 선택의 시간이 오면 공준이는 아빠의 얼굴을 살핀다. 아빠가 해답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공준이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매우 강하다. 조금이라도 외면당하거나 거부당했다는 느낌이 들면 기분이 상해서 비판적으로 돌변한다.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상대는 필요 없다며 화를 내는 극단적인 반응까지 보인다. 그래서 공준이에게 상대가 아무리 도움을 주려해도 더 이상 마음을 열지 않는다.
이 현실에 아버지는 아들이 안전한 길로 갈 수 있도록 마지막 직업을 찾는데 아들이 할 수 있고 아버지가 이 세상에 없어도 끝까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공준이 아빠는 친구를 찾아가 그간의 일들을 설명하고 자신이 공준이를 위해 마지막 할 일이 있다고 하며 공준이를 당분간 맡아주면 고맙겠다고 하고 성인이 된 공준이를 친구 집에 맡긴다.
아들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길을 떠난다. 스스로 몸소 경험하며 아들이 혼자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천상 배움이 없으니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농장일, 식당일, 벌목공, 양치기, 정육점, 노동판, 청소차 따라다니는 청소원, 정화조 수거, 등 일을 하면서 종이에 적고 또 적어가며 이 일은 아들에게 맞을까? 저 일은 아들이 할 만 할까?
나이 서른 둘 건장한 체구에 말이 없는 친구, 사교성도 없고, 자기의 성격을 감추려고 하는 친구, 조화도 모르고, 균형도 모르고, 인내도 모르고, 서열도 모르고, 배신도 모르고, 충성도 모르고, 화합도 모르고, 이기적이라는 것도 모르고, 이타적이라는 것도 모르고, 독선도 모르고, 타협도 모르고 오로지 혼자만의 판타지만 갖고 있는 세상 사람과 어울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찾아 볼 수 가 없는 이 아이를 두고 어떻게 눈을 감을 수 있을까? 이것저것을 생각해보지만 내 아들이 홀로 이 세상에 서서 살아 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아버지의 눈높이
전국을 돌면서 공준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나선지 두 달. 새로운 일을 경험할 때마다 느끼는 긴장감은 나이든 사람에게는 체력의 소모보다 피로감이 더 했다. 한 달만 더 찾아보자고 했던 시간이 벌써 두 달째 접어들어 친구에게 미안한 생각이 번쩍 들었다. 친구에게 맡겨 논 것도 걱정이 되어 농장 일을 마지막 정리하고 공준이 머물고 있는 친구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까지 걸었다. 시골에서 버스정류장까지 포장되지 않은 길을 걸으려니 차가 지날 때마다 일어나는 먼지를 피하느라 가는 길이 더디었다. 버스 정류장은 호숫가 옆에 있었다. 자연스럽게 호숫가를 보게 되었고,
어부가 혼자 작은 배로 이동하면서 그물을 던지고 걷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평화롭다. 잔잔한 호수에 그물을 던지고 걷는 모습이 햇살아래 반짝이는 모래 알을 그물로 걷어 배에 싣는다. 작은 배는 고요한 물가를 미끄러지면 잔잔히 물길을 가른다. 그 평온함에 빠져 한 참을 넋을 놓고 바라 보고 있다. 문득 저 일이라면 가능 할 것 같다고 생각을 굳힌다.
“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저거다!” 발견은 흥분을, 흥분은 좋은 감정으로 돌아와 한 순간에 기쁨을 준다.
돌아와 아들에게 소양강 어부가 그물을 드리고 거두는 평화로운 그림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 어부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는 말을 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창작을 기반으로 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written by 랑계풍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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