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아이 김공준 _ 6
사회로 가는 첫 발자국
지원 쌤이 순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 실천하고 스스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실전 적응 프로그램으로 공준이가 일할 곳을 여러 곳을 방문하고 적합한 곳을 찾아 여러 번 방문하여 환경을 예민하게 점검하였다.
직장의 환경과 안전 멘토 역할을 할 사람 등을 정하여 무사히 사회생활에 적응되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그리고 집단 상담을 하여 몇 번이고 공준이 같은 심리적으로 약한 아이들의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을 면밀히 지도하고 감독하고 하는 연습을 실험하였다.
공준이는 감정 표현이나 세심한 배려에 서툴다. 치료의 기간이 길었어도 본능적으로 움츠려지는 강압을 치료로 완성할 수는 없다. 특히 잘 해보려고 사교적인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고 오히려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직설적인 표현으로 전하고 싶은 말을 명확히 전해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정서적이고 애매한 표현보다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공준이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얼마나 인정하는가에 매우 민감하다. 상대방의 반응이 조금이라도 이상하거나 평소와 다르면 불안해 진다. 상대방의 표정을 살피며 필사적으로 인정받으려고 노력하지만 조금이라도 자기를 낮게 평가하는 기색을 보이면 기분이 가라앉고 궁지에 몰리면 오히려 화를 내면서 공격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공준이의 공장에 직업은 적응 단계를 완성하고 스스로 경쟁력 있게 삶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길이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에게 공준이에게 접촉할 때나 바라봄에 있어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그 직장에 있는 모든 멘토들에게 교육하고 성장하는 데 부족한 아이니 만큼 각별히 조심할 것을 교육하였다.
특히 공준이에게 인사할 때는 아주 선명하게 바르게 조금도 거짓과 장난이 아닌 인사법을 가르쳐 주어 혹시 공준이가 적응하는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도 잊지 않게 하였다.
이런 심리적 안정 속에 적응은 시작되었고, 주변의 동료 상사들이 각별히 조심함으로써 구성원이 되는 데 무리가 없도록 하였다. 참으로 조심스러운 일이였다. 공준이 열일곱해가 되는 동안 갇혀 있는 감정들을 다루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원 쌤은 적극적인 방법을 택하였고 위험 부담이 많지만 서로가 공감을 한다면 공준이의 사회생활을 돕는 프로그램에 큰 기여가 될 것이며 이는 소중한 결과라는 것을 인지시키고 마음의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타인을 의식하지 못하고 행하는 일상의 조심성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고 사회적 약자인 동료가 적응하는 데 필요한 주변의 노력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일이 되는 것을 지원 쌤은 강조하였고 매일 매일 체크 리스트를 작성하여 점검하였다.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가고 있는 지원 쌤은 조심스럽게 공준이 구하기를 실행하고 있을 때 작업반장이 사무실에 올라간 틈을 타서 주간반 선배가 일에 속도를 빨리하라고 지적하고 지나갔다.
공준이에게는 보통 사람의 작업량을 주어서는 안 되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 졌으니 속도를 내보라는 신호를 하고 갔으나 그때부터 공준이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일을 빨리하려면 움직임 자체가 빨라져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보조가 필요한데 나보고 속도를 더 내라고 한다면 나는 하나가 끝나기가 무섭게 다른 하나를 집어넣어야 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끝난 것을 정리해서 쌓아두어야 하는 데...” 하면서 중얼거리더니 기계에서 한 손이 미처 나오지 못한 것을 알면서 발은 새로운 제품을 넣은 발판을 밟았다.
손은 기계에 눌려 부서져 버렸다. 공준은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어차피 예견된 사고였다고 생각했기에 담담하게 받아 드렸다. 병원에 가서 붙어있던 손가락들을 절단하고 붕대로 감았다. 마취가 깨는 통증보다 한 손이 쓰지 못해 불편함을 먼저 느끼고 창문으로 밖을 내다본다. 그 창문 밖에는 아이들이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소리가 소란하다.
공준이는 통증을 잊고 한 아이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술래가 된 아이는 벽에 손을 얹고 얼굴을 대고 있으면서도 살짝 옆으로는 동료 아이들이 숨는 것을 보고 있는 장면을 눈여겨 보고 있었다. 그 아이는 자신을 속인다고 생각했다. 왜 정직하게 하지 않고 숨는 아이들을 곁눈으로 지켜보며 술래를 하는 것인지 나쁜 생각이 들었다.
‘정직하지 않아! 너 나빠!!’
공준이는 자신이 숨는 것을 지켜보는 것을 그 아이가 다 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을 하였다.
“그래 내가 숨는 것을 우리 선생님이 다 알고 계셨어. 그래서 나를 바로 찾았던 거야! 선생님 나빠. 선생님 나빴어!”
그러면서 예전에 지원 쌤과 숨바꼭질할 때 선생님이 바로 자신을 찾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 나빠, 내가 숨는 것을 다 보고 있었어.”
공준이는 다시는 사람을 믿지 않기로 결심을 한다.
슬픔을 감당해봐 서서히 밀려오는 슬픔 이제 병원 밖을 나가면 또 혼자가 될 텐데 엄마를 찾고 싶은 생각보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빠를 원망하며 지금 다시 홀로된 것을 비관한다. 이젠 손 하나 없는 병신으로 놀림을 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온다.
세상을 원망하고, 아빠를 원망하고, 처지를 비관한다.
엄마의 학대 장면이 떠오른다.
“이놈아! 살기 싫으면 죽어버려. 네놈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바뀌었어, 너만 아니면 난 잘살 수 있다고... 이놈아 사람 구실도 못하는 놈아 죽어버려! 나가 죽어버려...”
공준은 나약하고 쓸모없는 자신을 엄마가 바라는 대로 죽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게 비관을 시작하며 자살을 하기로 마음을 정리하고 장소를 물색하려고 춘천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어릴 적 보았던 TV의 잔상이 기억에 떠오른다.
춘천은 물이 많은 호반의 도시라는 기억. 언제나 사람들이 휴식하러 가는 그곳, 산과 물이 만나 경관을 이루는 그곳, 그곳으로 가리라. 그곳에는 나를 기다리는 비밀의 동굴이 물속에 가라앉아 있다. 공준은 수중세계 비밀의 문을 그리워했다. 비밀의 문으로 들어가면 나만의 아름다운 공간이 나온다.
아름다운 정원을 따라 들어가면 유리로 만든 2층 집이 나온다.
그 2층 집엔 공준이의 세상이 있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투명 유리로 된 그 집안에는 엄마는 없다.
대신 많은 일하는 사람들이 경호를 하고 식사 준비를 한다.
대저택 안에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공준이 위주로 꾸며진 세상이 있다.
공준의 아버지가 가죽 소파에서 손짓을 한다.
“어서오렴!” 아버지가 부른다.
“그래 그 강으로 가는 거야. 물속 밑에는 내가 찾는 비밀의 동굴이 있을지 몰라. 그 비밀 동굴을 찾아야 해”
공준은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었다.
아스팔트를 녹이는 여름 햇살은 빨리 물속으로 뛰어 내리라고 재촉한다. 자살할 곳을 정하려 깊은 물가 주위를 서성이며 밤이 되길 기다린다.
공준이는 옆길을 걷는 사람에게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물었다. 당황한 아저씨는 별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했는지 공준의 얼굴을 쳐다보며 나무란다. 공준이는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가르쳐 달라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아저씨가 자신에게 욕을 한 것으로 오해를 해서 지나치게 화를 내며 과잉반응을 보인다. 세상의 사람들도 자신을 올바르게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주위가 어둑해지고 공준은 낮에 보아두었던 그곳으로 갔다. 그리고 반대 쪽에 사람이 보이지 않은 어둠이 깔리자 공준은 망설임 없이 깊은 물로 뛰어들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버둥거리지 않았다. 한참을 가라앉았다. 고통스럽지도 않았다. 편했다. 이제 편안하다. 고요하다. 잠이 온다. 눈을 감아야지. 눈을 감으려는 데 몸이 누군가에 의해 떠오른다. 그때 공준이 아빠가 뛰어들어 공준을 건져낸 것이다. 어떻게 알았을까? 항상 공준이 먼 발치에서 그림자 미행을 해왔던 아빠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심리치료를 받는 것도, 공장에 취업 한 것도, 손을 다친것도.
그리고 공준이가 숨을 곳이 필요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숨을 곳을 찾았고 이젠 선생님에게도 들키지 않는 그런 곳으로...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으로 숨기로 했던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혼자서는 절대로 홀로서기를 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 힘든 일이 닥칠 때면 피하고 도망해서 숨을 곳을 찾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렇다면 물가로 가서 죽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물가로 끌려 나온 공준이는 어떤 어른이 자신을 안고 있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마주한 부자의 상봉.
아들은 그 어른이 아빠라는 것도 직감했다.
아들은 아버지를 인정하지 않았다.
왜 이런 불행을 주는지 원망 뿐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지금 자신을 안고 통곡하고 있다.
아버지는 아들을 부둥켜안고 폭풍같은 울음을 운다.
“이 불쌍한 놈. 그렇게 홀로서기가 어려웠니, 그렇게 힘들었니, 그렇게 견디기 어려웠어? 미안하다. 미안하다. 아들아! 미안하다.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사랑만 받아도 부족한 아들인데, 이렇게 시련까지 줘서 미안하다. 이 못난 아빠를 용서해 다오.”
통곡은 밤하늘 호숫가를 찢었다.
찢어진 상처에 소금을 얹고 쓰라린 가슴을 찢었다.
실패한 모든 것들을 상기하며 울었다.
참아내던 고통을 끄집어내며 울었다.
빈집에서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고 쓰러져가는 공준을 생각하며 울었다.
손가락이 눌려 고통을 찢었는데도 울지 않는 공준을 생각하며 울었다.
태어나 보호를 받는 것은 당연하고 응당 누려야 할 사랑인데
보호받지 못하고 아픔과 슬픔을 준 자신을 생각하고 서럽게 울었다.
아들도 왠지 모를 서러움에 엉엉 소리내어 운다.
얼마나 무서웠고, 얼마나 숨죽여왔는지 생각하며 울었다.
얼마나 아프고 또 아팠는지 생각하며 울었다.
얼마나 도망하고 싶었지 생각하며 울었다.
얼마나 원망스러웠던지 생각하며 울었다.
물가에 새들도 같이 울었다.
어둠에 갇힌 초목도 울었다.
목놓아 울었다.
시내에서 멀리 있는 호수가엔 인적은 끊어졌지만 멀리서 근처까지 비추는 자동차 불빛들이 왔다가 돌아서 갔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부자를 비추었다가 사라진다. 이젠 청년이 된 아들을 안고 용서해달라고 소리치며 울부짖는다.
“말없이 떠난 것을 용서해 다오, 또 아비 노릇을 못한 것을 용서해 다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이렇게 힘들어 하는 데 혼자 놔두고 말없이 떠난 것을 용서해 다오. 정말 미안하다.”
소리치며 통곡한다.
또 세상을 향해 소리친다.
그리고 부자는 부둥켜 안고 폭풍같은 울음을 터뜨리며 서너 시간을 울었다.
아버지는 깊은 울분을 가라앉히고, 마음을 추스르며 이제 부터라도 홀로서기를 하지 못하는 아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가 없으니, 아들이 자립하는 하는 일에 모든 것을 걸고 아들과 함께하기로 아들과 약속을 한다. 그리고 다시는 아들 곁을 떠나지 않겠다며 말없이 떠난 것에 대한 용서를 빌고 또 빌었다.
공준이는 자신이 거부당했다는 사실을 쉽게 떨쳐내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언행을 보인 아빠를 쉽게 용서하지 않는다. 그러니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준이의 아버지는 안전기지가 되어주려면 무엇보다 공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공준이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고통과 괴로움을 달래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공준이게 아빠는 아무리 좋은 말을 해주고 도와주어도 아빠는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해버린다. 이미 그의 뇌 속에는 아빠는 자신을 두고 떠나버린 사람이라는 것을 새겨놓고 있다. 그런 아빠가 애써 함께한다고 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창작을 기반으로 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written by 랑계풍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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