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소설_Romans Psychologiques

[심리소설_연재] 성인아이 김공준 _ 4

인간심리분석 2022. 5. 27. 13:43

 

성인 아이 김공준 _ 4

 

상습적으로 학대받는 아이

 

선미의 원망과 불평과 증오의 대상은 현실이 아니다.

사랑하지 않은 공준이가 대상이다. 이런 공준에게 갖은 폭언과 구타, 상습적으로 자행되는 괴롭힘은 공준을 나쁜 기억으로 멈추게 만들었다.

 

나쁜 기억뿐만 아니라 공준의 뇌에 장애를 적재하고 있었다. 겁을 내고 무서워하고 미워하는 것을 그의 뇌는 인격장애로 쌓고 있었다. 어쩌면 선미의 분노가 공준의 인격장애를 처절하게 쌓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누군가의 신고에 의해서 정지되고 구제되어야 하는 데 세상은 아무도 자기일이 아니면 관심이 없다.

 

내 자식만 세상의 경쟁 구도에서 밀리지 않게 갖은 방법으로 부족한 것을 채우려 한다. 인간은 스스로 발전하도록 되어 있는 데 그 발전조차도 못하게 성장판을 거꾸로 들고 있는 선미의 행동은 분노다.

 

이런 분노를 몸으로 막으며 몸서릴 쳐도 아무도 손을 내밀어주지 않는다. 그런 공준은 집 밖을 나서는 것을 무서워하는 이 아이로, 유치원에 맡길 수도 없는 아이로, 무기력하게 숨만 쉴 뿐이다.

 

공준이는 집에서 TV로 세상을 본다.

공준이는 엄마의 억압으로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주제는 아예 꺼내지도 않는다. 이런 공준이에게 엄마도 관심이 없다. 그냥 구박만 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세상의 원망이든 신세 한탄이든 대상에게 할 응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알량한 자존심을 구석을 향해 발길질을 한번 함으로써 잠시나마 괴로움을 떨쳐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엄마는 자신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이것저것을 시도해 보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방구석에 공준이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왜 저 아이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아이가 되어 가는 지? 저렇게 성장하면 어떤 아이가 되는 지 관심이 없다.

 

그녀는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만다. 자신과의 싸움이라기보다 모성애라기보다 울분이 더 크다는 얘기로 치부하고 싶은 것이다. 그 울분은 자신에 대한 울분 일 수 있지만 결국은 타인이 내게 남겨준 울분이 밑바탕에 깔려져 있기 때문에 나에 울분은 저항 없이 흔들리는 버스 안에 승객처럼 몸을 맡길 뿐이지 별다른 일을 버스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으로 귀결하고 만 것이다.

 

그런 울분을 다시 찾아 앙갚음하기에도 기력이 없다. 왜냐하면 그의 영양은 피로보다도 더 심각하게 메말라 가고 있고 정신적인 강인함보다 자신의 학대라는 핍박을 면하지 못하므로 스스로 이겨내야 할 조건들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는 수렁 안에 갇혀있다. 울분이 자력으로 갱생될 때 그녀는 삶의 새 희망을 개척할 의지를 마련하지만 울분을 깨우지 못하고 밑그림처럼 깔려있는 울분을 끌어내서 응징하기란 스스로 너무 지쳐있었다.

 

삶에 있어 회복과 포기는 내 울분을 어디 까지 찾는 가에 달려있다. 내 울분을 찾는다면 회복을 할 용기도 얻을 수 있지만 밑그림을 울분으로 부터 끌어내지 못한다면 포기라는 두 글자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그녀 앞에 울분은 밑그림을 깔아 놓는 상태에서의 남의 탓이 강한 울분이기 때문에 스스로 치유하기 어렵다고 결정 한 것이다.

 

그 치유는 밑그림을 시작한 공준의 아빠가 치유하던지 아니면 환경을 완전히 남에게 양도하여 치유 받던지 하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결론 지은 것이기에 망설임도 없이 울분을 걷어 올리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준이를 생각할 틈이 없다.

 

공준이가 무엇을 괴로워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지, 사회로 나아가길 원하는 지, 그녀의 관심은 자력으로 할 수 있는 타인의 의존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닫힌 감정을 상습적으로 확인 받고 있는 공준이는 엄마로부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가에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좀처럼 진심을 드러내지 않는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해서 상대방이 그 마음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면 초조해진다. 그래서 기분 나빠 하거나 슬퍼하거나 말을 안 하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반응이 서서히 그림자처럼 공준의 뇌에 각인되는 것이다.

 

공준이는 공감을 토대로 상담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공감을 받아 기분이 좋아진 경험이 거의 없고, 오히려 그런 기회를 차단하는 식으로 자기를 지켜왔기 때문에 갑자기 누군가 공감하면 오히려 불편해 한다.

 

공준이는 공허한 공감보다는 현실적인 문제해결을 원한다.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할 거라면 아무리 마음을 담아 이야기를 해주어도 쓸데없는 간섭으로 여긴다. 공준의 심리는 억압과 학대와 아버지와의 갑작스런 이별로 충격에 연속이다.

 

이런 극한 경험은 스스로 발전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뇌의 기능상 분명 하나 하나 차단되어 올바로 기능하지 못하도록 마비시키고 있을지 모른다. 정신적인 또는 신경적인 여러 요소들이 앞으로 비뚤어진 계곡의 골짜기처럼 기능을 하기 위해 도전을 받을 것이나 그 도전을 회피하는 기능으로 살길을 찾아가는 편향적 심리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런 일상이 반복되어 굳어가는 중에 그녀가 마지막 차를 청소하고 내려오다 발목 부상을 당한다. 처음에는 별일 없겠지 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쑤시기 시작하더니 붓기까지 한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병원 문이 열리지 않아 집으로 와서 뜨거운 물로 찜질을 하는 데도 통증이 심하다. 옆집 할머니에게 공준이를 맡기고 병원을 찾아 사진을 찍었다.

 

발목에 금이 갔다.

지친 몸에다 눈에 피곤이 쌓여 철길에 어둠을 살피지 못해 헛디딘 것이다.

 

난감하다. 이렇게 난감할 수가 없다.” 혼자 되뇌이고 또 되뇌인다.

 

혼자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를 생각하기도 전에 또 숨었던 원망이 앞선다.

 

되는 일이 없어...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는 거야, 망할 놈, 얘를 낳으면 얘를 챙겨야 할 꺼 아냐, 뭐하느라고 이 지경이 됐는 데도 얘를 안 데려가는 거야.”

 

말해도 소용없는 애 아빠에게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던지 중얼거린다.

의사의 말대로 피곤이 누적되어 있고, 영양도 부실하고, 일단은 몇 달을 쉬어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몇 달간 쉬게 되면 일용직이라 소득은 없고, 소득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

켜켜이 쌓여있는 모든 일들이 한꺼번에 무너져 버린다.

 

애써 버텨온 지금까지의 일상을 받쳐온 기둥 하나를 빼버렸더니 와르르 무너질 수밖에.

 

비참하다. 열렬히 싸우다 전사하는 군인처럼 마지막 능선에서 적에 총을 맞고 장렬히 전사한다. 그래 나는 최선을 다해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어... 더 이상 물러날 장소도 없고 실탄과 방어책도 없어... 그럼 어떻게 하지!!! 장렬히 전사해야 하나? 전사? 전사? 여기서 전사?’

 

그녀는 링겔을 꽂은 채 눈을 감고 있다.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 죽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볼 때도 됐지! 이렇게 쉽게 바로 내 옆에 있었구나, 죽음이라는 것이 언제든 내 옆에 있었어.”

 

 

공준이의 아빠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굳은 각오로 떠났지만 그의 친구를 불러 공준이 가족이 잘 지내고 있는지 항상 소식을 듣고 있었다. 공준이 엄마의 부상으로 풍비박산이 났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모든 것을 청산하고 돌아온 아빠가 아직도 집 밖을 못나서는 아들 주위를 서성인다.

 

아들의 키는 성장을 하여 초등학교 3학년 정도 되어 있었다. 이미 친구로부터 내용을 듣고 있는 상태라 알고 있지만 아직도 공준이가 밖을 혼자 나간 일이 없다는 것을 안다.

 

공준이 아빠는 이것저것을 하다가 사업에 실패를 하고 돌아온 상태였다. 그러나 바로 달려가지는 않았다.

 

공준이 혼자 집을 지키고 있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병원에 있는 사람이야 누가 챙겨도 챙길 것이지만 공준이는 옆집 할머니마저 시골로 내려간 다음이라 챙겨줄 사람이 없다. 처음에는 병원에 데려다 놓았으나 적응이 되지 않아 불편해하고 힘들어 해하고 어디론가 사라지기 일쑤이고 감당이 되지 않아 집으로 다시 데려다 놓았다.

 

어린애가 누구에 도움도 받지 못하고 혼자 배고픈 것도 참고 견디고 있는 것을 공준이 아빠는 지켜보고 있다. 생존하려면 움직여야 하고, 도움도 청할 줄 알아야 하고, 배 고프면 배 고프다고 말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참고만 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날 때 까지 굶고만 있다.

그래도 아빠는 달려가지 않는다.

 

공준아 도움을 청해, 살려 달라고 소리 지르란 말이야!! 배고프다고 울어서라도 사람들이 모이게 하란 말이야!!”

 

어떻게든지 홀로 일어서기를 바라며 공준이를 훔쳐보며 울고 있다.

 

공준이 아빠가 동네 사람들에게 아이가 혼자 있는 것 같다고 알려주어 동네 사람이 신고를 하고 복지사가 긴급하게 먹을 것을 싸들고 방문을 하였다.

 

다른 사람이 집에 들어온 것을 크게 경계하고 있던 공준이에게 복지사는 밥을 차려주고 공준에게 공감을 하려고 하나 공준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문명에서 멀리 떨어져 살아온 아이처럼 사람 대하는 것을 경계한다.

 

여 복지사는 자신의 아들에게 대하듯 따뜻하게 말을 걸어 안심시키려 하지만 구석에서 나오지 않는다. 멀리 거리를 두고 먹을 것을 앞에 열어 놓고 관심을 끌어 보려 하지만 반응이 없다. 아니 경계를 강하게 하고 있다.

 

낯선 사람에게 주의를 쉽게 내어 줄 수 없는 구조로 이미 뇌는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사는 돌아갔고 빈 방에 홀로 남아 있어도 가져온 음식을 먹지 않았다.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고 해도 이미 공준에게는 참을 수 있는 일이 되었고 감정도 없고 무기력하며 병자같은 모습으로 한 곳을 응시하며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창작을 기반으로 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written by 랑계풍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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